도서관의 책장 몇칸을 빼곡이 채워두고 있는 조정래 이라는 이름은 그의 작품을 읽어보지도 낳고, 크게만 느껴졌다. 더욱이 검은색 북커버에 “태백산맥” 이라는 한자 표지. 예전에 대학생들이 저 책을 갖고만 있어도 처벌받을 수 있었던, 금서 라는데, 저항의 이미지까지[…]
카테고리: 책
[사과는 잘해요 – 이기호] 죄, 기독교, 국가
“죄 – 사과/회개 – 용서 – 구원” “나(우리)는 죄인입니다.” 이것은 기독교의 출발점이다. 죄를 지었으니 사과를 하긴 하는데, 도무지 응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응답은 내가 이 몸뚱이로 존재하고 있는 한 받을 수가 없다고 한다. 그것은 하늘나라인지 지하나라인지로[…]
[내가 가장 예뻤을 때-공선옥] 지난 시절에의 감회
*** 개인적인 경험 나의 대학시절. 잔디밭에서 통기타를 들써앉고 막걸리를 마시던 낭만적인 기억도 별로 없었고 정권의 폭압 때문에 애꿎은 희생을 당했던 분통한 이야기도 별로 없었고 어쩜 저리 우수을까 싶은 용암물(?)처럼 끓던 애틋한 로맨스도 별로 없었고 전[…]
[캔들 플라워- 김선우] 지난 여름, 기억하시나요?
김선우씨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인입니다. 제 ‘인생의 한 구절’이랍시고 외우고 다니는 “아무도 사랑하지 못해 아프기보다, 열렬히 사랑하다 버림받게 되기를” 이라는 구절이 바로 김선우 시인의 <목포항>이란 시에서 왔죠. 김선우 시인의 시집은 몇 권 읽었지만, 그녀가 쓴[…]
[도가니-공지영] 도가니가 핑크빛 환상을 심어주진 않았다.
공지영의 <도가니>가 주안점으로 두고 있는 것이 장애인 문제가 아님은 분명하다. 소설에서는 광주 인화학교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장애인 아동들의 ‘삶’에 대한 문제는 그리 심도가 깊지 못하다. 주로 지적 장애와 청각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나오는데 소설에서 그/그녀들은[…]
[비폭력대화]
국문과 전공수업에서 “폭력의 반댓말이 무엇인가?” 를 알아오라는 숙제를 내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은 농담 반으로 “비폭력이라고 하면 죽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답이 있는 숙제는 아니었다. 나는 폭력은 왜 발생하는가. 라는 물음부터 출발해보았다. 폭력은 욕망의 실현을 목적으로[…]
[펭귄뉴스-김중혁] 펭귄뉴스와 전쟁
나는 좋은 음악이 있으면 계속 반복해서 듣는다. 그 음악이 내게 지겨워질때까지 들어서 그야말로 ‘단물’을 쪽 뺀 다음에야 새로운 노래를 필요로 한다. 새로운 비트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새로움을 찾을 수 없어서, 같은 음악이 계속 반복해서 듣는다면…?[…]
[미나-김사과]
수정의 비극 -김사과의『미나』비평- 1. 들어가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유래하여, 현 대중영화의 주요한 골격으로 쓰이고 있는 비극tragedy 의 법칙은 아래와 같은 특징을 지닌다. – 주인공은 한명이고 고립되는 경향을 가질 것. – 주인공은 하마르티아Harmatia를 가지고 있을 것. –[…]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어머니 담론과 가족 담론
0. 들어가며 ‘이 시대 최후의 식민지, 어머니’ 조주은 씨는 논평에서 어머니를 위와 같이 언술하며, 현대사회 속의 어머니를 자동판매기에 비유하기도 하다. 우린 설탕프림커피라는 현모양처의 명령버튼을 누르면서 어머니가 그렇게 하게끔 행동하기를 강요하고, 거기서 블랙커피라는 의도치 않은 결과가[…]
[쉽게읽는 백범일지-도진순 역]
삶의 의미를 자기 규정해야만 하는 혹독한 자유를 선포한 것이 근대이지만, 정령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것은 자유로운 개인이 아닌 제국주의 또는 식민지의 국민들이었다. 그런 제국-식민지 시대 속, 제국주의 국민들의 내면을 섣불리 판단내릴 순 없겠지만, 식민지 국민[…]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김연수]
은희경 책도 그리 많이 읽은 편은 아닌데 은희경과 굉장히 비슷한 느낌을 자아내던 소설이었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말 줄임표의 뒷말은 그것과 상관없이, 너의 의사와 상관없이 너는 어떤 우연 속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의 이야기라 할[…]
[기억의 집-최승자]
바람이 독점한 세상. 저 드센 바람 함대, 등 푸른 식인 상어떼. 반사적으로 부풀어오르는 내 방광. 오늘 밤의 싸움은 팽팽하다. 나는 그것을 예감한다. 그리하여 이제 휘황한 고통의 춤은 시작되고, 슬픔이여 보라, 네 리듬에 맞추어 내가 춤을[…]
[빨간 기와-차오원쉬엔] 예상과는 다른
조금 기대를 하고 본 것이었다. 이명원씨가 추천을 한 것이기도 했고, 책 앞뒤로 수상목록이 나열되어 있으니… 아! 또 내가 대단한 책 한권을 읽는구나 하는 자뻑에 빠질 수밖에 야. 그런데 찬란함은 전혀 없었으며… 어떤 역사성 같은 것도[…]
[유랑가족-공선옥] 입 막힌 자들의 입을 대신 터주는 자로서의 소임
‘연옥에서 고고학자처럼’에서 이명원씨가 공선옥씨를 이렇게 지칭했었던 것 같다. 공선옥씨 자신이 그렇게 말하였던가, 확실히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입 막힌 자들의 입을 대신 터주는 자 나는 그때까지 문학 그리고 예술이라는 것은 뭔가 본질적인 문제를 접근해야만 하는 것으로[…]
[동양철학에세이] 요약본
공자∥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공자의 위대성은 그가 성인이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이었다는 데에 있다 ⌙ 공자는 몰락귀족의 가문에서 부유하지 못한 교육환경에서 자랐으며 어지러운 춘추시대에서 그의 뜻을 펼친 사람을 찾아 여행길에 오르지만 결국 그의 나이[…]
고도를 기다리며(사무엘 베케트) : 나무의 의미
고도를 기다리며는 특별한 조명이나 무대배경을 필요로 하지 않고 설정될 것이라 어느 시골길. 미정의 시대. 나무 한 그루만 있는 공간에서 오전-오후 정도만을 알려줄 수 있는 단순한 조명만을 필요로 한다. 이것은 부조리극이 심도 있는 줄거리와 플룻의 변화에[…]
[지금, 바로, 여기] 요약본
一. 철학 Ⅰ 철학적 기반에 대하여 1. 동양철학의 정초 동양철학에서 철학적 기반은 내가 사는 현실, 자신이 서 있는 이 자리만으로 현존실재(現存實在) 하는 자리. 현금찰나(現今刹那) 의 위치함 속에서, 실존이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실존의 주체는 모든 존재형식의 역(易)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최영미,창비,1994) : 상흔 그리고 솔직한 현재
지나가 버린 시대에서 한 인간이 구성되어버리고, 혹은 그 시대에서 생성되었다면 그 인물은 지나간 시대를 추억할 수 없다. 기억한다고 말하기 조차 거리감 느껴질 것이다. 그 시대가 바로 나야! 라고 말해야 할 것인데, 모두가 그 시대는 이미[…]
짜장면(안도현,열림원,2000)
훈훈하고 따뜻한 이야기에 대한 소감을 쓰기는 난해하다. 그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것이 전해주는 가슴의 울림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에서 거리를 두고 메스질을 해야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 메스질은 해부학처럼 마구 찢겨지는 것과는 다른 성질의 것이라고[…]
모모(미하엘 엔데,비룡소,2000)
오랜만에 읽은 단비같은 책. 시험기간 중에 버겨운 텍스트 속에서 헤매이다가 소설 한 구절이라도 스치면 마음이 요동치듯 <모모>는 내게 그런 책이 되어 주었다. 약 3개월 동안의 군대생활 중에 수많은 고민과 어려움 그리고 외로움 속에서 <모모>라는 친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