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훈련] 세계경제외교대 기숙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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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렉스에는 우리 동기 10명, 그리고 운전기사 아저씨 뿐이었다. 아저씨는 고려인 같았는데 한국말이 아주 원활하신 편은 아닌 것 같았고, 우선은 과묵하셨다. 뿌연 김을 닦으며 다들 창밖을 바라봤다. 일단 도로엔 마티즈와 넥시아가 아주 많았다. 그래서 별로 외국처럼 느껴지지가 않았다. 투박한 시멘트로 지어진 것 같은 건물들은 색 바랜 우즈벡 특유의 무늬같은 것들이 잔뜩 칠해져잇었다. 어찌보면 초등학교나 유치원 옆 혹은 산 동네 등지에서 환경 개선사업으로 칠해놓은 색색의 담장과 흡사한 느낌이었다. 해당 건물들은 대체로 아파트 같았는데 거의 창문 밑에는 꼭 LG 에어컨 실외기가 달려 있었다. 차가 조금 더 가니 시내에 진입했나 보다. 푸른색 유리가 전면으로 노출된 사무빌딩 같은 것도 보였고, Bowling 이라고 쓰여진 볼링장도 보였다. 아, 생각했던 것보단 잘 사는 모습이었다. 거리에 차도 많고, 대체로 신호등도 지키면서 다니고, 사무빌딩 공간 같은 것도 있고. 하나하나 눈에 먼저 익혀둘려고 열심히 봐 두었지만 사실 당시 지리와 건물에 대한 기억보다 사람들에 대한 인상이 강했다. 두 손을 외투 속에 꼭 찔러 넣은 채 무뚝뚝하게 길을 거는 남자, 그리고 도로에 나와 택시를 잡으려는 러시아계 백인 여성. 그리고 초록색 옷을 입은 경찰들이 차를 한 두 대 세워놓고 열심히 토론(?)을 하고 있었던 모습. 보면 볼수록 여기는 러시아 같다, 라는 생각을 했다. 뭔가 깊게 침잔되어 있는 것 같은 느낌, 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내 첫인상은 꼭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 보통 다들 저 사람 인상 좋은데, 하면 나만 왠지 어두워 보이는데 하고, 보통 다른 사람들이 저 사람은 좀 음흉한 것 같아, 하면 나만 왜 좋은데 하기 일쑤였다. 그리고 보통 나는 틀리고 다른 사람들이 맞아 왔다는 것. 그래서 그런지 내겐 첫 인상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치피 겪고 느끼면서 바뀔 인상이니깐 이라고 생각하기 일쑤. 우즈벡도 어차피 내가 관광할 나라가 아닌, 내가 2년 동안 살아야 하는 곳이니 천천히 겪고 느껴야 할 거야 라고 그때도 생각했던 것 같다.
차가 무슨 철문을 하나 통과했다. 아- 여기가 세계경제외교대이구나. 우리가 두 달동안 합숙 트레이닝을 받을 공간이자, 내가 2년동안 활동할 공간. 궁금증에 더 섬세하게 훑어 보았는데 도로에서 봤던 건물들과 흡사한 낡은 건물들 3-4개 있는 게 다였다. 뭐 최첨단 시설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낡거나 작더라도 학교라는 공간이 주는 느낌같은 것은 있을 줄 알았는데 별로 그런게 없었던 것은 사실. 그냥 아담한 캠퍼스를 지녔구나가 다였다.
기숙사라는 곳 1층에 우리 짐을 내렸는데, 내리자마자 외교대 학생들과 선임 단원분들이 우리 짐 나르기를 도와주신다. 여기가 그 말로만 듣던 12층 같은 6층 계단이구나 하면서 꾸벅꾸벅 오르니 6층이 나오긴 했다. 외교대 기숙사가 왜 12층 같은 6층인지, 왜 괜시리 힘 빠지게 만드는지 올라보니 알겠다. 건물 형태가 특이하게도 각 층이 두층으로 이뤄져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까 계단을 10개 정도를 오르면 2층 플로어가 나온다, 그런데 또 열 개를 올라도 2층이 라는 것. 암튼 또 숨 가쁘게 짐을 가지고 올라가 보니 두 달동안 생활할 방이 나왔다. 약 2평의 공간, 책상, 침대, 베란다, 화장실 있어야 하는 건 다 있었다. 책상위에는 센스있게 호두, 건포도 등 견과류도 있었다. 각자 짧게나마 방을 살펴보고 나니 선배단원들이 다들 먼저 가보겠다고 하며 간다. 음? 나는 뭔가 다들 같이 모여서 환송회 같은 것도 있고 그런 줄 알았는데 다들 후다다다닥- 이었다. 그리고 관리주임님은 여기에 쌀이 있고, 간단한 식료품은 여기 있고, 여기 우즈벡 화폐 조금 있고 그리고 현지 합숙 훈련동안 도움을 줄 오이벡과 나시바를 소개시켜 주고 또 가버렸다. 처음보는 오이벡과 우리 10명만 남은 셈이었다.
관리주임님이 말 끝마다 했던 “이제부터 야생으로 크실거에요.” 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었구나, 싶었다. 이제부터 우리의 현지 합숙 트레이닝이 시작된 거로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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