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스를 만드는 시간

다시 서울에 왔다.

꼭 서울에 다시 와야하는 거야? 에 명료한 대답을 내놓을 수는 없는 그런 사정인데 서울이 아니어서 이렇게 되버렸어. 란 핑계를 대버릴 것 같았다. 그래, 일단 서울에 가자. 다음 번에 다시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되더라도 일단 가는 거야.

특별히 서울 어디든 간에 이유가 없던지라 일하는 곳의 초근접 지역으로 가버려서 시간도, 교통비도 아껴야지. 라고 계획잡았다.

가산디지털단지 쪽에 집을 한창 보던 와중에 도봉구로 급선회하게 됐다.

서울 외곽이고, 지하철역도 제법 먼 곳에 집을 구했는데 소음 문제가 좀 있지만 집 물가는 서울답지 않아서, 나름 투룸인지 쓰리룸인지 하는 스타일의 집에 왔다. 대신 옵션이라곤 냉장고, 세탁기조차 없는 곳이어서 집 단장에 출혈이 크다.

집에서도 제법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으면 해서 이것저것 마련하느라 매일같이 택배상자가 문 앞에 놓여있었다. 그리고 오늘 식탁까지 와서, 세탁기를 제외하곤 거의 대부분 큰 것들은 집 여기저기를 채우게 됐다.

생각해보니 이 집에 오면서 난생 처음 사게 되는 것들이 참 많다.

새 냉장고, 식탁, 소파, 옷장, 발매트, 수건 모두 난생 처음 사보는 것들이다. 냉장고는 중고 냉장고를 한번 사본적이 있지만 두달만에 물을 줄줄 세다가 완전히 고장나고 말았던 지라. 그리고 수건은 거의 10년 넘게 각양각색의 기념문구 타이포가 있는 수건을 쓰고 있던지라, 새 수건을 사본 일이 없었다.

오늘은 노동절이라 쉬는 날. 냉장고도 있으니, 가득 채워버리겠어 하면서 시장과 이마트 트레이더스를 번갈아 왔다갔다 하더니 냉장실은 몰라도 냉동실은 거의 차버렸다. 게다가 밤에는 돈까스까지 만들어서 냉동실에 넣어버리니- 냉동실은 더이상 들어갈 자리도 없어 보였다. 1인 가구에게는 냉장실대 냉동실 비율이 1;1 정도는 되야 할 것 같은데- 아쉽네. 냉장실은 아직 여유가 많아.

오전 10시에 일어나서 바로 시장에 갔다가, 밤 10시에는 돈까스까지 만드는 하루. 참 오랜만에 의미 따지지 않는 내 소소한 일상만으로 가득 채운 날이 되었군. 노동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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